10월의 마지막 날은 할로윈 데이입니다. 제가 있는 도시는 할로윈을 큰 축제로 즐기는 곳이에요. 길거리에 으스스한 데코레이션을 해놓기도 했고, 가게마다 이런저런 캔디 상품을 번들로 팔고 있기도 해요. '트릭 오어 트릿'을 하러 다닐 어린이들을 위해서겠죠.
이제 한국은 할로윈이라 하면 마냥 웃고 떠들기만은 힘든 때가 된 것 같아요. 벌써 2년이 되었습니다. 2022년 10월 29일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일어난 참사로 159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제때 제대로 된 조사 및 수사가 이루어졌다면 유가족과 사회가 애도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겠지만, 2년 동안 진실 규명은 계속해서 미루어져 왔습니다. 멀리서 듣는 소식들이 안타까워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제가 올해 뉴스레터를 재개한 때가 4월이었죠. '봄날' 리뷰를 쓰며 세월호 참사를 생각했어요. 세어야 하는 사회적 참사가 늘어난다는 사실이 많이 슬픕니다.
2주기를 앞두고 들려온 관련 재판 소식은 박희영 용산구청장 1심 무죄,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1심 무죄 선고였습니다. 9월 5일 올라온 뉴스타파 영상에서 '코트워치' 최윤정 기자가 짚은 점에 따르면, "용산구청 재판에서는 서울시청이나 행정안전부의 책임은 싹 빼버리고 용산구청의 책임을 최대한 부각시키기 위한 방식으로 재판이 진행" 되었고, "용산구청은 용산경찰서 탓을, 경찰 안에서도 서울경찰청은 용산경찰서 탓을 하며 서로간의 책임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재판이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이래서는 재판과 수사를 통한 진실 규명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보여요. 그래도 9월 25일에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공포 및 시행 된지 4개월 만에 드디어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 위원회'(특조위)가 출범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부디 특조위를 통해 유가족이 찾고자 하는 진실이 밝혀지고, 다시는 이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도 2022년 그 날 한국에서 들려온 뉴스는 큰 충격이었어요.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선진국 한국의 제1의 도시 서울, 그것도 젊은이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태원에서 일어난 참사라기엔 믿을 수 없는 소식이었기 때문입니다. 희생자 중에는 외국인도 포함 되어 있었습니다. 유가족들이 시신 양도나 유류품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취재도 있었습니다. 한국을 케이팝이나 케이드라마 등 대중문화를 통해 알고 있던 해외의 사람들에게는 충격이 더욱 컸습니다. 제 주변에도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아닐텐데 이러한 대규모 참사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상기한 재판 중에는 '대통령실 이전은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 됐다'는 경찰 내부의 증언도 있었습니다. 살다 보면 서로 상관 없어보이는 사실들이 실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때가 있더라고요. 위 같은 증언도 제대로 된 조사를 통해 배경과 사실이 모두 밝혀진다면 좋겠습니다. |